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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이야기

선풍기 괴담, 오해와 진실

by 버스빌런 2020. 6. 8.

여름에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틀고 자면 죽는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거짓말인데요. 왜 거짓말인지, 왜 퍼졌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산소부족?

1)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쐬고 있으면 산소가 부족해져 죽는다?
인과관계 오류입니다. 완벽히 밀폐된 공간이라면 선풍기를 안 쐬고 에어컨을 틀거나, 보드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얘기를 해도 결국 산소부족으로 죽겠죠..? 즉 선풍기가 원인이 아닙니다. 게다가 완벽히 밀폐된 공간이 일상생활에서 생기기 힘듭니다. 방문과 창문을 꼭꼭 닫아도 아래 사진처럼 틈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쓰는 산소의 양도 많지 않기 때문에 산소부족으로 죽기도 힘듭니다.


2) 선풍기 모터가 산소를 빨아들여 산소부족으로 죽는다?
거짓말입니다. 모터는 막말로 자석, 쇳덩어리, 코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에 전기를 흘려보내서 쇳덩어리를 돌리는 것입니다. 자석과 쇳덩어리가 산소를 빨아들이지 않으므로, 모터도 산소를 빨아들이지 않습니다. 만약 모터가 산소를 빨아들인다면, 우리는 자석이 많은 냉장고 주변이나 전자기기같이 쇠로 만든 것이 많은 곳에서 자면 죽는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하지만 우린 휴대폰을 옆에 두고 자고도 잘 살아가고 있죠. 모터에 대한 자세한 구조는 아래 블로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모터 작동원리에 대한 블로그 글

3) 선풍기 바람에 산소가 밀려 산소부족으로 죽는다?
거짓말입니다. 선풍기로는 특정한 원소만을 밀어낼 수 없습니다. 만약 선풍기로 산소 원소가 밀어져 선풍기 앞에 산소 원소가 없다면 잘 때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호흡곤란으로 죽었을 것입니다. 물론 기압을 낮게 만들어 산소부족으로 죽게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비행기 엔진이죠...​

저체온증?

선풍기 바람을 쐬면 체온이 낮아져 저체온증에 걸려 죽는다?
거짓말입니다. 저체온증이 걸리려면 영하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선풍기 바람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은 모두 다 알고 있죠. 만약 선풍기 바람만으로 영하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면 우리는 에어컨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겨울에 밖에서 선풍기를 틀고 자면 죽을 수 있으나 과연 이렇게 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게다가 선풍기 모터의 열로 인해 방의 온도는 오히려 올라간다고 합니다.

산소분해?

선풍기 날개에 산소가 부딪혀 오존이 만들어지는데, 유해한 오존을 마셔 죽는다?
거짓말입니다. 선풍기만으로는 특정한 원소만을 떼어낼 수 없습니다. 만약 선풍기로 특정 원소를 떼어낼 수 있다면 이산화탄소를 선풍기 날개에 부딪혀 산소와 탄소 원소를 나눠 이산화탄소를 없애 지구온난화를 막는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호흡곤란?

선풍기의 바람 때문에 호흡곤란이 와서 죽는다?
거짓말입니다. 선풍기의 바람은 호흡곤란이 올 정도로 세지 않습니다. 태풍 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는데, 선풍기 바람만으로 호흡곤란이 온다면 인류는 이미 멸망했을 것입니다.​

화재위험?

선풍기 모터가 과열되어 불이 났을 때 빨리 탈출하지 못해 죽는다?
선풍기 모터가 과열되기도 힘들뿐더러 선풍기가 아닌 전기장판이 과열되어 불이 났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1910년대의 신문 기사에서 선풍기의 유해성을 보도하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는 선풍기를 키고 자면 체온이 낮아져 감기에 걸린다거나, 잠을 방해한다는 정도의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더욱 자극적으로 되면서 '생명이 위험하다'라는 수준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선풍기 괴담과 관련된 옛날 신문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선풍기괴담을 다룬 신문기사에 대한 블로그 글
괴담이 퍼지게 된 다른 원인으로는 전기비를 아끼기 위해서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타이머를 맞추고 자면 선풍기가 돌아가는 시간이 적어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괴담은 모두 거짓이니 더울 땐 마음껏 선풍기 바람을 쐬며 자시기 바랍니다. 더워서 한밤중에 일어나 꺼진 선풍기를 다시 트는 일은 굉장히 짜증이 나는 일이죠. 다만, 선풍기 바람이 머리를 향하게 하면 코 점막이 말라 여름 감기에 걸릴 수 있으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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